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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로 전락한 제 392차 민방공 대피훈련

퀴즈쇼로 전락한 제 392차 민방공 대피훈련

  • 기자명 주정환
  • 입력 2013.08.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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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신문 = 주정환]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전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적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이...(중략)...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를 내겠습니다. 지금 날아오는 미사일은 어느 나라 제품일까요? 1번 러시아 2번 중국 3번 북한 4번 미국 아시는 분은 KBS ARS유료문자로 참여해 주시면 당첨자는 선정해서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그리고 KBS는 계좌 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공습경보 사이렌 중 퀴즈 이벤트 벌이는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같은가?

그럼 2013년 8월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실시한 제392차 민방공 대피훈련 실제 상황을 보자.

위급함을 알리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전국에 발령되고 전국 동사무소 스피커를 통해 KBS 제1라디오를 통한 라디오 방송이 긴박하게 실시간 훈련 상황을 알린다. 그런데 공습경보를 알리는 그 중간에 아나운서는 뜻밖에도 이런 퀴즈 이벤트를 날린다.

“여기서 잠깐 민방공 대피 훈련 관련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어디로 대피해야 할까요? 1번 학교 운동장, 2번 건물 옥상, 3번 지하대피소...(중략)... 정답을 아시는 분은 KBS ARS 유료문자로 참여해 주시면 당첨자는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당첨자는 KBS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중략)...그리고 KBS는 계좌 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전 국민의 발을 묶어 두고 군, 경, 소방요원, 민방위 대원 등이 총 출동된 긴박한 공습 훈련 상황 속에서 이런 퀴즈가 왜 필요할까? 정말 우리 국민들이 실제 적의 공격기가 날아오고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건물 옥상이나 올라가고 학교 운동장에 갈까?

이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이 어떤지 소셜미디어를 보니 ‘공습 훈련 중에 웬 퀴즈?’ ‘아나운서가 너무 빨리 퀴즈를 내서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등 조소 섞인 반응들도 꽤나 눈에 띈다.

또 이번 훈련 과정에서 진행된 방송 내용 중에는 훈련 경계경보 직전에 아나운서가 “잠시 뒤 경계경보 발령 소리를 듣고...(중략)...” 같은 멘트를 날린다. 전시를 대비한 훈련이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진행하는 것 또한 지적할 부분이다.

물론 국민들에게 대피훈련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공습 훈련 15분 남짓한 중요한 시간에 그것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이러한 진행은 훈련의 본질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이 서 있지 않다는반증이다.

국민의 발과 귀 잡아 놓은 15분, 국가는 무엇을 해야할까?

더 우려스러운 점은 바로 이러한 공습 훈련 중에 퀴즈를 내는 게 이번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 훈련을 통해 여러 차례 진행됐고 이번 훈련도 똑같이 진행됐다.

다시 말해 국가 위기를 담보로 국민의 발을 잡아 놓고 아직도 새마을운동, 대한뉴스를 전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개선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민방공 훈련 주관 기관인 소방방재청과 주관방송사인 KBS는 물론 언론도 행정부도 국민들의 발을 붙잡는 데는 관심이 있지만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전혀 감각조차 없어 보인다.

위기 상황이 변하고 있고 적의 공격 형태가 달라졌다. 그렇다면 국민의 발과 귀를 한꺼번에 잡아 놓은 이 중요한 15분에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소방방재청은 392차 훈련을 앞두고 대국민을 상대로 사전에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사전 정책홍보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동영상을 제작하고 TV, 라디오, 온라인 등 각 주요 미디어를 통해 훈련에 대한 참여를 독려하고 정보를 알렸다.

그리고 이번 훈련은 을지훈련 연습과 연계한 전시 상황을 염두에 둔 훈련이었다. 만일의 사태시 민관군경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점검, 공습상황시 군, 경찰, 소방 긴급차량 기동훈련 실시, 국방부 전투군 배치, 경찰 교통 통제 지원 기동훈련 실시, 사태수습 및 복구 훈련 전국 15개 직장 민방위대 실시, 접경지역 6개 시군 주민대피, 접경지역 14개 시도 수습 및 복구 훈련, 공습경보 발령시 주민 지정대피소 이동훈련 등 요소요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실전 대비 훈련이었다.

원칙과 메시지 가진 대국민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공습경보 후 15분 동안은 바로 훈련의 원칙과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실제 위기 발생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실제 상황들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제393차 민방공 대피훈련 실시에는 지금과는 다른 원칙이 중심이 된 대국민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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