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국회뉴스
[새 국회의 꿈]헌법 무시하는 입법부…제재받지 않는 금배지
강병원,표창원,백혜련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4월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공수처법을 제출하다 이를 막는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들과 충돌했다. 백혜련 의원이 떨어져나간 의안과 손잡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9.4.25/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자신들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은 모습은 20대 국회에서도 재현됐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한 국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난 법안의 수정도 차일피일 미뤄 입법 공백을 야기한 국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지만 20대 국회의원 중 누구 하나 제재를 받거나 손해 본 의원은 없었다.

20대 국회가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지난 4년간 20대 국회는 정치권 내외적으로 여러 현안이 쟁점으로 부각하며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먼저 20대 국회 전반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며 '식물 국회'로 전락했다. 후반기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로 대표되는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이런 이유로 주요 법안 통과가 법정시한을 넘기기 일쑤였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020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며 5년 연속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국회의 예산안 상습 늑장 처리를 막는다는 취지로 2014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시한을 12월 2일로 못박고 있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12월3일, 2017년에는 12월6일, 2018년에는 12월8일로 점차 처리 시점이 늦어지더니 지난해에는 이보다 8일 늦은 10일에서야 통과됐다.

특히 2018년의 2019년 예산안 심사에서는 기획재정부 직원이 과로로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법정시한을 하루 넘긴 같은 해 12월3일의 일이다. 당시 기재부 소속 A 서기관은 국회 감액 심사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에서 대기하던 중 오전 2시쯤 쓰러졌다. 법정 시한을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던 일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Δ세무사법(변호사의 세무대리 제한) Δ교원노조법(대학 교원의 노조설립 금지) Δ노조법(회사의 노조 운영비 지원 금지) Δ집시법(국회와 국무총리 공관 인근 100m 이내 집회 금지) 등 4건의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의결하지 못해 올해 1월1일 이후 입법 공백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국회는 20일 본회의에서 네 개의 법안 중 세무사법을 제외한 3건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약 5개월 동안 입법 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실정이다. 더구나 처리가 불발된 세무사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자동폐기되며, 입법 공백이 상당 기간 더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700여명의 세무사들은 개업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직무유기한 국회의원들이지만 해외와 달리 제재는 없다. 프랑스 국회는 국회의원이 상임위원회에 3번 이상 결석하면 다음해까지 상임위 위원직을 박탈한다. 포르투갈 역시 한 회기 중 상임위 회의에 4번 이상 불출석하면 자격을 빼앗는다. 벨기에는 상습적으로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월급의 40%까지 깎을 수 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0인, 재석 171인, 찬성 166인, 기권 5인으로 통과하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대한민국 국회도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정당한 사유 없이 본회의나 상임위에 나오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 세비 삭감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신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이유로 여야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일하는 국회법' 개정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민 의원과 조응천 의원 등이 국회법 개정 의지를 보이는 데다 이들의 소속 당인 여당 민주당에서도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들었던 '이게 국회냐'는 질타를 '이게 국회다'라는 찬사로 바꿔야 한다"며 원내에 '일하는 국회 추진단'을 구성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아닌 성숙한 의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런저런 제도를 만드는데 한 번이라도 지킨 적이 있느냐. 시민단체와 언론의 국회의원 감시는 과거와 달리 더 깊고 정교해졌다"며 "이런 상황이 더 심화하면 국회의원들 스스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제도가 아닌 그런 상황 속에 놓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각해 변화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편집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