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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동의에 기초한 외교안보정책
의정칼럼 최재천 의원
2007년 03월 04일 (일) 01:15:59 국회뉴스opinion@assemblynews.co.kr

   
 
  최재천 국회의원  
 
“영국군이 쳐들어온다! 귀족들의 시체로 바다를 메워 막자!”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희곡 ‘당통의 죽음’에서 프랑스 민중들을 계속 혁명에 복무하도록 선동하는 로베스피에르 파(派)의 외침이다.

‘당통의 죽음’은 프랑스 혁명기, 로베스피에르가 정권을 잡은 후 혁명의 ‘상징’이었던 ‘당통’이 처형되는 며칠간의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특별히 기억 속에 남는 것은 대중들에 대한 선동에 항상 ‘혁명을 무위로 돌리기 위한 외국군의 움직임’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무대 첫 장면에서, 당통의 마지막 군중연설을 방해할 때, 그리고 당통의 최후 진술의 자리에서도 항상 ‘외국’이 거론된다.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외교안보 현실을 속이는 일, 뷔히너는 그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당통의 죽음’에 나오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내치를 위해 외교안보 현실을 호도해왔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은 대북관계와 한미관계다. 이중 한미관계와 관련된 예만을 들어보면, 참여정부는 내치를 위해 ‘자주’를 표방했지만, 막상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대부분을 양보해왔다. 그리고 협상 실패를 감추기 위해 더 많은 거짓말을 선전해왔다.

미국의 해외 주둔기지 재배치 계획(GPR)에 의한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우리 측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왜곡’함으로써 이전 비용 협상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함으로써 주한미군의 전쟁 개입을 ‘전면적으로 인정’한 상태가 됐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청와대에 불러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주한미군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이전 부대 환경치유 비용을 우리 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협상해놓고도 미군 측이 전담하는 것으로 선전했다. 국민에게 ‘자주적 정부’로 보이기 위한 일이었다.

국민을 기망한 결과는 참담하다. 참여정부를 견고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은 동맹관계에 대해 큰 의심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미국은 한국정부를 의심한다. ‘협상 테이블’과 ‘대국민 발언’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한미동맹 관계가 ‘친노냐 반노냐’라는 비본질적인 문제로 왜곡되고, 대외적으로는 한미 군사외교 관계가 소원해진다. 결과적으로 ‘참여없는’ 참여정부의 이상한 외교 전술은 평화민주 세력을 분리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한미관계에서 쓸데없는 갈등을 낳았다.

총론이 필요했다. 미국의 세계 전략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밀한 분석이 필요했다. 변화하는 환경에 기초한 한미동맹관계의 발전적 모델을 만들어야 했다. 총론 속에서 각론에 대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했다. 참여정부는 이 모두를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각론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때마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를 이해시킬만한 ‘그림’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명한 외교가 필요했다. 협상의 내용을 정직하게 알리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자주’라는 용어로 포장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는 데 골몰하는 동안, 한미관계를 둘러싼 국내의 갈등이 더욱 불거지고 대미 외교는 더욱 난항을 겪었다.

본 의원은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제 새롭게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할 능력 있는 합리적 진보 세력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외교안보 환경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국익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겠다. 내치를 위해 연합방위 체제의 협력 대상국과 국민을 동시에 기망하지 않겠다. 투명하고 대중의 동의에 기초한 외교안보 정책을 통해 국내의 갈등 요소를 줄이겠다. 국회와 시민들의 정보접근권 강화를 통한 대중외교의 혁신으로 진정한 ‘참여외교’의 모델을 만들겠다. 강한 외교는 국민의 동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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