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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놓고 수개월 '밀당'한 북미…베트남 회담에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북미가 종전선언을 놓고 지난 수개월 동안 벌여온 '밀당'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종전을 강하게 요구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은 입을 굳게 닫았다. 양상은 지난해 가을부터 바뀌었다. 미국은 점차 전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북한은 심드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핵화와 상응조치 조율에서 지난해와 달리 종전선언이 매력적인 카드로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보여지는 이유다.

이번 북미 협상 국면에서 미국 측에서 종전선언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한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회담할 계획을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축복한다"고 말했다. 4·27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선 트위터에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미국은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6.12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서명 약속을 했지만 이후에 입장을 바꿨으며, "정상회담 앞서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당시 종전선언 약속을 알고 있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지난해 8월 말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종전선언' 말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지조차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발언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해제를 단 한번도 언급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그전엔 백악관 내부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가 별로 없었고, 여름으로 넘어오면서 기류가 점차 바뀌었다면서 "최근에는 내부 입장 정리를 거쳐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카드로 간주하며 함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엔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약화 등을 우려하며 종전선언 수용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지만 9.19평양정상회담과 유엔총회 이후로는 종전선언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여기는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미가 수개월 간의 협상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와 대화를 재개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역력하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끝났다.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해 종전카드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북한은 4.27판문점 회담과 6.12싱가포르 회담 이후 종전선언을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해 7월 7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은 6~7일 고위급 회담에서)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의 종전선언 요구는 거의 매일 이어졌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7월 23일, "남조선 당국도 종전선언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신문은 8월 9일, "종전선언 발표로 조미 사이에 군사적 대치상태가 끝장나면 신뢰조성을 위한 유리한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18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종전선언채택은 미루고 일방적인 핵신고와 검증만을 강박해나섬으로써 협상실패라는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와 관련,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의 선 종전선언 채택 요구와 미국의 선 비핵화 선언 입장이 충돌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여름이 지나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월 2일 "조미(북미)가 6·12 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관계수립을 지향해 나가는 때에 교전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날 논평은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어떤 것을 준비하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종전선언은 동창리 실험장 폐기, 유해송환 합의 등으로 교환하기로 했던 것인데, 미국이 약속을 안 지킨 것이라고 국제 여론전을 벌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요구는 종전선언에서 제재완화로 바뀌었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해 9월 2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재' 단어를 5차례 언급하며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핵) 시험들이 중지된 지 언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유엔) '제재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11월 2일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권정근 명의로 발표한 글에서 "비핵화가 완결될 때까지 제재를 결코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뻗대는 미국의 고집불통에 우리의 중학생들마저 너무나 어이없어 '엿이나 먹어라'고 한다"며 강한 어조로 미국을 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선 종전선언이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에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종전선언과 같이 모멘텀을 특정하기보다는 평화체제라는 보다 포괄적인 과정을 의제화 하는 접근이 북미 협상 차원에서 유용하다고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듯한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이를 협상의 레버리지로 삼으려고 들자 북한이 입장을 수정했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선 북미 간 협상이 본질적 부분까지 들어간 상황에서 양국 신뢰 조성의 입구라고 여겨지는 종전선언의 가치를 북한이 이젠 높게 보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궁극적 목표로 법적 효력을 갖는 평화협정 체결에 이젠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27~28일 베트남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모여 서명하는 종전선언은 실현가능성이 낮다. 다만, 북한의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성격의 종전선언이 발표될 가능성은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바로 평화체제 논의로 가고싶어할 수도 있다"며 "다만,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느 시점까지 종전선언을 한다'고 나올 수 있는 있다. 북미 양자 간에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 중국은 평화체제 논의에서 동참하면 되고, 남북간에는 평양공동선언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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