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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횡설수설 제1편>

<여의도 횡설수설 제1편>

  • 기자명 국회일보
  • 입력 2013.03.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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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의 길’ - 박근혜 Vs 마거릿 대처

* 박근혜 신임 대통령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는 영국의 전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와 여러 면에서 적잖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8월, 여성으로서는 한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새누리당 박근혜의원이 경선 끝에 집권 여당의 제18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되면서부터 후보인 박근혜 자신이 자신의 오랜 정치적 멘토로 그동안 ‘철의 여인’ 대처를 사숙해왔음이 공개적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12월 19일 역사적인 대통령 당선, 그리고 2013년 2월 25일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취임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외신들은 거의 6개월 동안 한국의 대선 레이스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는데 ‘박근혜=한국의 대처’ 공식이 외신 기자들의 기사 작성에 상투적 비유로 애용됐을 정도다.

남성 중심 우월주의 전통이 사라지지 않는 가부장적 유교 문화권인 동북아시아의 한 분단국가에서 벌어진 여성 최고 통치자의 탄생 과정이 아직은 봉건적 잔재가 남아있는 정치 문화에서 매우 드물고 이색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서방 언론들엔 그 어느 때 그 어느 나라 대선보다 2012~2013년 한국의 대선 레이스가 구미 당기는 취재 거리이기도 했다. 외신 기자들은 분석 기사마다 박근혜와 대처의 공통점을 언급해 왔다. 로이터 통신은 물론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지 등 국제 언론들은 바로 두 사람의 보수적 정치이념 및 노선, 원칙과 신뢰로 무장한 강한 성격, 그들이 처한 정치적 상황까지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한국의 대처’로까지 부르고 있다.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 새로운 마거릿 대처인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발행되는 소셜 네트워크 website 인터넷 신문 www.care2.com이 지난 1월 19일 자 주요뉴스로 보도한 박근혜 관련 뉴스의 타이틀이다. <주디 몰란드> 기자가 쓴 이 기사는 “한국 정치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등장은 한국 사회에서 여권운동의 승리라고 선언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긍정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1979년 영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마거릿 대처를 자신의 정치적 멘토로 삼아왔던 박근혜가 단호하고 강경한 정책 추구를 우선으로 한 대처의 정치적 행보를 뒤따를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어떤가? 대부분 박근혜와 대처의 유사점을 지적하면서도 일부는 더 나아가 대처보다 오히려 독일제국의 통일을 이루어낸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되라고까지 조언한다. 2012년 12월 30일 자 경향신문에 실린 한 정치학교수의 국제 칼럼 “대처,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의 길”도 박근혜 신임 대통령이 지향해야 할 지도자 스타일로 야당과 반대 세력에 무자비할 정도의 호전성과 공격성을 보인 대처를 뛰어넘어 합의와 융화의 리더십을 중시하는 지도자로서의 메르켈 독일 총리를 내세운다. 이 칼럼은 “민주적으로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아버지가 암살된 이후 33년 만에 과반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상기시키면서 “21세기 한국에서 국민들은 독재자 후손의 33년 만의 복귀를 통해 독재의 뿌리에서도 민주화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고 염원한다. 이 칼럼은 특히 독재자의 딸이라는 박근혜 신임 대통령이 “독립적으로 정치적 성장을 한 것이 아니라 기반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점이 아쉽다”면서 “공주보다는 자수성가의 리더십을, 같은 보수 세력이지만 냉혹하고 오만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 ‘철의 여인’ 대처보다는 통일 독일의 정치적 화합을 상징하는 독일의 현직 메르켈 총리 방식의 화합 정치를 기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이 ‘박근혜=한국의 대처’라는 그림 그리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고, 일부는 신임 대통령의 비전과 통치 스타일을 ‘비스마르크 스타일’, ‘메르켈 스타일’로까지 주제 넘는 주문을 하고 있지만, 정작 박근혜 대통령에게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언제쯤 자신의 정치적 멘토로 다가왔을까?
 
그 비밀을 열 열쇠는 역시 대처 전 총리의 자서전 ‘권력에의 길’(Path to Power)이다. 1998년 여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초선의원 박근혜 의원이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당시 주간 시사 뉴스 잡지 <S 저널>의 런던 특파원이었던 필자는 런던시내 한국음식점에서 초선의원이지만 바로 한나라당 부총재직에 올랐던 박근혜 의원을 처음으로 조우했다. 의원 외교의 일환으로 몇 명의 의원들이 영국 방문길에 함께 했지만, 유독 40대 후반의 여성 정치인과 해외 거주 언론인의 만남은 각별한 것이었다.

1998년 4월, 대구 달성 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 15대 국회에 입성한 박근혜가 당선 소감으로 한 말이 부추겼을까? 한때 ‘영국병’을 치유한 ‘철의 여인’이었지만 민의를 무시하고 권력의 한계를 넘으면서 끝내 좌초한, 그러나 떠나갈 때를 정확하게 안 위대한 여성 정치인- Margaret Hilda Roberts Thatcher의 인생과 정치 역정이 이제 갓 정치 도정에 발걸음을 뗀 초선의원 박근혜에게 역할모델이자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업을 물려받아 국민들을 위해 이바지 하겠다”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 의원에게 필자는 사전에 준비해온 대처의 영문 자서전 ‘권력에의 길’ 앞 표지 다음 장에 이렇게 썼다.
“겨레와 나라를 위한 삶 - ‘한국의 대처’가 되고자 하는 꿈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1998년 8월 **일 - S저널 런던 특파원 한준엽”
고 육영수 여사의 용모를 빼닮았구나하는 첫 인상에 그 특유의 잔잔한 미소만 기억의 창 저편에 남아있을 뿐, 박의원이 당시 두 번 째 인쇄된 정장본을 받고 답례로 필자에게 건넨 몇 마디 말은 희미하다. 

1987년 보수당의 총선거 승리로 1979년 이래 총선 3연패를 기록, 영국 역사상 11년이라는 최장기 총리로 집권했던 마거릿 대처가 그 당시 박근혜 초선의원에겐 어떤 존재였을까? 주민세 파동과 유럽 통화문제를 둘러싼 보수당 내각 내의 불화, 인플레 등으로 당내외 비판이 제기되자 1990년 11월 최장기 집권 통치를 마감하고 당내 보수당의 젊은 기수 존 메이저에게 총리직을 이양하면서 전격 사임한 뒤 8년이 지난 1998년 여름 - 이미 영국의 정치 상황은 1997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더 나은 영국’을 기치로 내세운 야당인 노동당에게 참패해 대처리즘으로 대변되는 보수당 18년의 장기 집권이 막을 내린 후였다. 대처는 퇴임 후 1993년 자신의 자서전으로 1979년 총리 취임 이후 사임 때까지 권력의 정상에 있었던 11년 역사를 첫 권 ‘다우닝가에서의 세월’<The Downing Street Years>에 담아 내놓았고, 이어서 2년 후 1995년 그 전편에 해당하는 ‘권력에의 길’ <The Path to Power>를 계속해서 내놓았다. 이 책에 그는 1925년 출생과 1951년 결혼을 포함한 자신의 가족 및 개인적 사생활, 교육, 옥스퍼드 학창시절, 변호사 시절에 자신의 성격 형성 요인, 가치관의 정립, 그리고 첫 여성 총리로 권력의 정상에 올라선 1997년 첫 총선의 승리를 가져오게 한 정치적 입문 과정과 정치 전략,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 등을 특유의 필치로 담았다.

1998년 여름, 박근혜 초선의원에게 대처의 자서전 ‘권력에의 길’이 런던 시내 한 음식점 응접실에서 건네진 뒤 8년이 흘러 2007년의 제 17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박근혜 의원은 2006년 6월 16일 당시 한나라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당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다. 이명박 예비 후보와 치열한 레이스를 벌였던 박근혜 의원은 2007년 7월 검증 청문회를 받는 와중에 최초의 자서전을 세상에 내놓는데, 그 제목이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였다. 

그는 이 책에서 “2006년 5월 20일 지방 선거 유세 중 피습 사건을 겪고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1막이 내려진 지난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의 출발점에 서고 싶었다”고 자서전 집필의 동기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수많은 삶의 변화 속에서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이제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했던 결심,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자는 초심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적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고 이제 21세기 희망의 새 시대 -- 국민 대통합 시대와 국민 행복 시대를 이끌어가는 박근혜  신임 대통령에게 대처 전 총리의 자서전 ‘권력에의 길’은 어쩌면 지난 15년 동안의 긴 시련 속에 자신의 자서전을 쓰게 한 길잡이가 되지 않았을까?
“누구나 살면서 서로 다른 종류의 시련을 겪는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가 겪는 시련이 가장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시련의 연속 속에 살아온 저를 정치로 불러들인 것은 다름 아닌 조국이 겪는 시련이었다. 1997년 IMF로 흔들리는 나라를 반석 위에 다시 세우는데 일조하고자 정치에 입문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대처 전 총리가 두 권의 자서전을 썼던 것처럼 전편의 자서전에서 이처럼 다짐한 조국이 겪는 시련을 넘어서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킴으로써 앞으로 5년의 피나는 시간을 ‘청와대 시절’이라는 두 번째 자서전에 담아내야 하리라.

정당 간 전면적인 정권의 교체는 아니지만,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새로이 교체될 때 위기의 그늘은 짙고, 안보의 위협과 과거의 유산이 남긴 과오, 의심, 절망의 힘이 구성원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장밋빛 약속과 말의 성찬, 비구름 너머의 햇빛 환상보다도 신뢰와 소통과 화합을 통한 국민의 적극적 지지 속에 국정 운영의 틀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과감하게 바꿔 민주주의 굳건한 바탕 위에 제2의 경제 부흥을 이루어내야 한다.

여기에 엄격한 도덕주의에 철두철미한 원론주의자였던 철의 여인 대처 전 총리가 1997년 5월 4일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내각 구성의 하명을 받고 다우닝가 10번지로 돌아와 기자들 앞에서 했던 첫 총리 취임 소감은 천주교 세례명이 성녀 율리아나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이 매일  기원해야 할 성 프란시스의 기도문이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한준엽<국회신문 대기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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