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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노원 출마, 야권에 전화위복 계기일 수도

안철수 노원 출마, 야권에 전화위복 계기일 수도

  • 기자명 국회일보
  • 입력 2013.03.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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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천 칼럼] 노원(병) 보궐 선거에 관한 생각

▲ ▲ 안철수 전 서울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4월에 예정된 재·보궐 선거에 안철수가 출마한다면 부산 영도를 도모하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안철수가 영도에 출마해서 당선된다면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4개월 동안 민심의 동향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충정과 대의에서 나오는 이런 제안들은 단순히 "반대의 연대"를 위한 심술이 아니다. 한국에서 재벌과 국가와 군부와 언론이 결탁한 기득권 동맹은 강고한 지배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체제에서 직간접적으로 억압을 당하는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가 작년 두 차례 선거에서 지배 체제의 연장을 선택했다.

정보와 의견의 자유로운 유통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언론 권력에 의해 조작된 결과고, 수십 년 찌들려 사는 동안 스스로 능동적 효능감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와 같기 때문에, 한국 정치에 무엇이든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키려면 무엇보다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선거에서 이기기 전에 일단 비등한 경합이라도 해보려면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만 보면 안철수는 서울시 노원(병)에 출마할 생각인 듯하다. 아직 남은 기간 동안에라도 생각을 바꾸기를 나는 바라지만, 이런 희망은 잠시 접고, 안철수가 노원(병)에 출마한다는 가정 아래 몇 가지 변수들을 검토해 보자.

첫째,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선거 연합이 가능할까? 선거 연합 또는 후보 단일화는 어떤 경우에도 최종 목표도 아니고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도 아니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대가 이뤄진다면,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치의 성과를 얻기 위한 방책이지만, 연대로 가는 과정에 불순물이 끼어들게 되면 부질없는 소동으로 끝나고 만다.

연대가 이뤄지려면 주요 행위자들이 연대의 가치에 공감하고 연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안철수 측"이라는 주체는 단일화의 필요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진보정의당 역시 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독자 후보로 누구를 내세울지 대략 가닥을 잡은 듯하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연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통합당도 더 이상 갈팡질팡하지 말고, 자체 후보를 서둘러 선정하는 편이 떳떳하다.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의 지위에서 사퇴했기 때문에, 그 대가로 이번에 민주통합당이 노원(병)에서 양보해야 한다는 소리는 공직 선거를 개인들 사이의 사적인 거래로 격하시키는 셈과 같다. 곽노현을 잡아 가둔 검찰과 법원의 억지 주장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런 거래는 사후 매수 죄에 딱 걸린다.

더군다나, 안철수가 작년 11월에 선거 연합이라는 대의에 과연 협조한 것인지 아니면 방해한 것인지도 분명하지가 않다. 대의에 공감하고 헌신하고자 했다면 당연히 출마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단일화의 절차를 정하기 위한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했어야 했다. 누가 봐도 필연일 수밖에 없는 일을 공연히 미루면서 시간을 허비한 바람에 막바지의 장면이 실망스럽게 끝났던 것이다.

둘째,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 그리고 안철수 등 최소한 네 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짜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 또는 부산 영도 같은 곳에서 이런 구도면 새누리당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겠지만, 노원(병)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의 후보들이 지금부터 선거일까지의 사이에 어떤 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접근하느냐, 박근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 그리고 안철수가 어느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느냐 등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선거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4자 이상의 경합을 뚫고 안철수가 당선된다면, 하나의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서 안철수 신당은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의당 쪽의 양보 위에서 안철수가 당선되는 것은 안철수 본인에게도 그렇고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의당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단일화의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는 안철수를 위한 양보는 빚을 졌다는 사람은 없는데 빚을 줬다는 사람은 많은 형국으로 이어져서 어리석은 감정의 응어리만 남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다자 경쟁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이 역시 미래를 위해 많은 교훈을 남기는 하나의 확고한 사례가 된다. 안철수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분명하게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고,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은 지금보다도 훨씬 진지하게 연대의 가치와 방법을 고민하도록 이끌리게 될 것이다. 노회찬이 부당하게 빼앗긴 의석 하나를 새누리당에 내주고, 그 대신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선거에서 서로 힘을 합해야만 할 이유를 명확하게 지각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한국 정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만약에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의당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를 꺾고 당선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그야말로 신선한 새 얼굴 하나를 발굴하는 소득을 얻게 된다. 아울러 노원(병)의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종전에 평론가나 분석가들이 전혀 몰랐던 요소들이 뚜렷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한국 정치가 인민의 불신을 받으면서도 개선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척 많고 복잡하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정치학자들 그리고 여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지식인들이 중구난방으로 공론장을 어지럽히기만 할 뿐,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해 최소한의 공통분모조차 구성해내지 못하는 책임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권자의 75퍼센트, 무려 3000만 명이 투표장에 몰려간 결과 박근혜가 당선된 사태는 민주·진보·개혁을 외쳐온 모든 사람에게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혹시 미망이 아니었는지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운동권 방식에서 탈피", "패거리 의식 청산", "이너 서클의 독단 방지" 등등, 자주 거론되는 문제의식들에도 분명히 일리는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상투어들의 틈바구니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어떤 더욱 핵심적인 알맹이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기왕 안철수가 노원(병)에 출마하고,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이번의 재·보궐 선거에서는 한번 모든 주체의 역량과 실상이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드러나면 좋겠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날 진실을 거울삼아 각자의 과오와 오만을 반성하고 상대방의 장점과 덕목을 인정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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