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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前 국회의장…박근혜정부 한달 거침없는 쓴소리

김형오 前 국회의장…박근혜정부 한달 거침없는 쓴소리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13.04.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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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事 움직이는 `보이지않는 손` 당장 끊어내야

"작심하고 얘기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인사를 조언하는 그 `누군가`는 더 이상 인사 추천을 하지도, 자신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첨가하지도 마라."

1시간30분에 걸친 인터뷰 중 갑자기 그의 목소리에 결기가 서렸다. 최근 청와대 인사 논란에 대한 질문에 그는 굳은 표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자문그룹을 겨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내리 5선(14~18대 국회)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자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을 역임해 당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을 평가해달라는 매일경제신문 요청을 고사하다가 인터뷰에 응한 김 전 의장은 원로 자문그룹을 향해 "잘못된 추천으로 박 대통령이 큰 데미지(상처)를 입었다"며 "박 대통령도 청와대 안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더 많이 민생 현장과 정치권을 돌아다니며 대화하라"고 조언했다.

국회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 역시 쓴소리의 대상이었다. "대통령이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렸다. 국민은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뭔지도 잘 모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진짜 내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솔로몬왕 재판의 생모처럼 먼저 양보하는 담대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장거리` 선수다. 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저력이 있는 만큼 집권 초반에 발생하는 어수선한 모습을 정리하고 나면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4월 재ㆍ보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아쉽다. 큰 정치를 하려면 당장 국회의원에 출마할 게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들어가 민심을 살펴야 한다"며 "국민은 안철수에게서 바로 그런 모습을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 한 달이 지났는데 박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대선 때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지율도 안 나오고 있다는 건 전적으로 인사 실패에서 비롯되고 있다. 통상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이라는 `허니문` 기간도 없이 보수언론조차도 박 대통령에게 따끔한 인사 지적을 한다.

-번번이 장차관 인사 등에서 낙마자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 조각의 특징 아닌 특징은 "아!" 하고 국민적 감탄사가 나올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아!"를 하려는 순간에, 골프로 비유하면 `슬라이스`가 났다. 참신하고 신뢰와 안정감을 줄 만한 사람이 안 보인다. 물론 박 대통령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인재풀 수준과 여건이 이 정도라는 사실도 냉정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인재는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도, 땅에서 솟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한 잘 골라야 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탓하기도 했는데.

▶과연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렵다고 유능한 사람이 안 들어오려고 할까. 깊지도, 무궁무진하지도 않은 인재풀의 한계에서 박 대통령이 놓쳐서는 안 되는 게 바로 `팀워크 플레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자꾸 위만 쳐다보며 눈치를 보고 전혀 팀워크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서로 손을 잡고 스크럼을 짜면서 대통령에게 좋은 이들을 추천하고 엄밀히 검증하는 팀워크 플레이를 해야 한다.

-부적격 인사에 대한 판단 기준은.

▶박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말씀드린다. 국민적 감정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들은 아예 발탁하지 말아야 한다. 군대ㆍ세금ㆍ부동산 등 세 가지 기준이면 된다. 군대를 부당하게 회피한 사람, 세금에 당당하지 못한 사람, 과도한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여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기준에 해당되는 부적격 인사가 더 이상 새 정부를 욕먹여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박 대통령에게 인사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오늘 인터뷰에서 중대 발언을 하겠다. 지금까지 임명된 고위직 인사를 박 대통령이 모두 꿰뚫고 기용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통령은 그 많은 사람을 다 알 수가 없다. 그 `누군가`가 박 대통령에게 인사 추천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경고한다. 그들의 잘못된 추천으로 박 대통령이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있다. 더 이상 인사를 추천하지도, 자신의 의견을 첨가하지도 마라.

-그 `누군가`가 혹시 누구인가.

▶생각은 있지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누군가`는 복수의 사람들일 것이다. 중요한 건 박 대통령이 모르는 사람들이 새 정부 내각과 청와대에 많이 등용됐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도 귀가 있으니 추천을 받았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 `누군가`는 당분간 인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한마디로 집권당 역할을 못하고 있다. 내가 정치판에 오래 있으면서 느낀 점은 결국 모든 귀결점이 `당(黨)`이라는 사실이다. 새누리당에 훌륭한 정치인이 많은데 왜 자기 소리를 제대로 안 내는지 모르겠다. 청와대에 어려운 얘기를 하는 역할도 결국 당이다. 쓴소리는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여당이 무기력할 때 야당이라도 나서면 국민적 지지를 얻는다. `수권 야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지금 놓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소통에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대통령이 좀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안보 현안은 열심히 잘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권과의 접촉은 부족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와 담을 쌓았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민생 현장과 정치권을 보다 많이 돌아다니고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 좀 더 공개된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의 역할을 어떻게 보나.

▶대통령이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렸다. 국민은 SO 문제가 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 사안은 솔로몬 왕의 재판 같은 것이었다. 아이를 반으로 나누겠다는 솔로몬 왕의 중재에 아이를 포기하겠다던 진짜 생모처럼 박 대통령은 행동해야 했다. 본인의 생각이 100번 맞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먼저 양보하는 사람에게 국민은 박수를 보낸다. `넘어지면 쉬어가라`는 말처럼 먼저 양보하고 담대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박 대통령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닮았다는 얘기가 많은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18년을 집권했다. 그 어떤 전문가도 18년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능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대통령한테 참모들이 보고를 하려면 무엇보다 배짱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얘기해야 한다. 문제는 새 정부 장관들 중에서 이런 배짱을 가진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태열 비서실장과 비서실 참모들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안철수 후보가 이번 4월 재ㆍ보선에 출마하는데.

▶대단히 잘못됐다. 나는 안철수라는 인물과 그 신드롬에 우호적인 사람이다. 안철수는 정치에 소외되고 불만이 많은 이들을 정치권에 끌어들이는 대안이자 그 분위기를 형성한 주역이었다. 끝까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4월 재ㆍ보선 출마는 그냥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출마가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가서 민심을 살펴야 한다. 10월 재ㆍ보선에 출마해도 늦지 않다.

-박 대통령에게 각별히 당부할 말이 있다면.

▶지금 우리 국민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걸 치유하라고 여성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건 몇 백조원을 풀어도 안 되는 문제다. 여성 대통령 특유의 모성애로 국민의 상처 받은 가슴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장거리 선수다. 그래서 저력이 있다. 새누리당이 가장 어려웠을 때 당을 구해낸 사람이다. 이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가진 독특한 리더십 때문이다. 당 역사상 최고의 위기였던 `천막당사` 시절을 이겨냈다. 2007년 당 대선 경선에서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선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지난해 당 비대위원장도 맡았다. 비대위는 지독한 마음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곳이다. 대선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건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만큼 투철한 책임의식을 가진 리더다. 지금은 시행착오가 있지만 금방 극복할 것이다.

 

■ 술탄·황제의 리더십을 찾아…작가로 변신

 작년 말 저서 `술탄과 황제`를 출간하면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게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가 추가됐다. 4년여의 산고 끝에 출간한 이 역사소설은 세계 역사를 뒤바꾼 비잔틴 제국의 최후의 날을 정복자인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 마호메드 2세와 이에 맞선 비잔틴 제국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간 54일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최근까지 20쇄를 돌파하며 어느새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하는 2월 추천도서로 선정될 만큼 구성과 내용도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집필 과정에서 그는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전쟁의 무대였던 터키 이스탄불을 다섯 차례나 다녀왔다. 서울 도화동 그의 집무실에는 당시 축적한 방대한 자료와 기록이 서재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저서가 인기를 끌면서 대학과 지자체, 공공기관의 관련 특강도 밀려들었다. 그는 저서에 대한 세간의 호의적 평가에 겸연쩍어하며 "특강에서는 주로 책 내용을 토대로 역사를 통해 보는 리더십을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황제나 술탄의 입장에서 어떻게 상황을 이끌어갈 것인지, 그 밑에 있는 중간 간부들은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지를 얘기합니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며 "전쟁을 치르면서 최후의 상황 속에 내가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스스로 비춰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He is­…

언론인 출신 5選…소문난 독서광

온건ㆍ중도ㆍ합리적 성향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꼽힌다. 언론인 출신으로 동아일보 기자 재직 중 외교안보연구원에 들어가 공직을 시작했다.14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부산 영도에서 내리 5선을 기록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휘청이는 한나라당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당시 박근혜 대표와 손을 잡고 당을 추슬렀다. 지난 이명박 정부 출범에 앞서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명박 정부 안착에 기여했다. 한 달에 평균 4~5권씩을 정독하는 독서광.

△1947년 경남 고성 △경남고ㆍ서울대 외교학과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국회의원(14~18대ㆍ5선) △한나라당 사무총장ㆍ원내대표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국회의장(2008~2010년)

[매일경제 이상훈 기자 / 이재철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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