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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행정, 정치 행정의 극치 보여 준 숭례문 부실 복원

쇼 행정, 정치 행정의 극치 보여 준 숭례문 부실 복원

  • 기자명 주정환
  • 입력 2013.11.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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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신문=주정환]

# 대한민국의 자존심, 국보 1호 숭례문이 두 번이나 참담한 수모를 겪고 있다. 국민 모두의 염원과 반성으로 지난 5년간 진행됐던 숭례문 복원 공사가 부실 공사로 드러나고 있는 것. 2008년 2월 10일 발생한 숭례문 방화 참사가 문화재 관리에 대한 관심 부족과 관리시스템 부재가 원인이었다면 지금 숭례문 복원 부실은 정부 주도의 거대한 대한민국 부실 시스템을 한 눈으로 보여주는 민관 합작품. 숭례문 복원 공사가 한낱 아파트 공사판 같은 부실 상황으로 전개되는 상황 앞에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숭례문 전통 복구 외치며 바뀐 문화재청장만 모두 5명

# 숭례문 화재 이후 재임했던 4명의 역대 문화재청장들은 “숭례문을 아름답게 복원하는 것은 죄인에게 주어진 사명이다.(유홍준)” “최고의 장인들을 통해 전통기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하겠다.(이건무)” “숭례문이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최광식)” 등 모두 국민과 역사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복구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숭례문 복원 사업과 관련해 입만 열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대통령과 정부는 무엇이며 참여했던 수많은 문화재 전문가는 무엇이고 실제 공사에 투입된 많은 무형문화재 전문가들은 또 무엇이며 입이 닳도록 전통 방식을 외치며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겠노라 수십억을 들여 홍보한 그 다짐들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가림막 속의 숭례문은 3류 도급 건설공사판(?)

# 복구 공사가 시작된 시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기 동안 가림막 속의 숭례문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랐다. 전통방식의 원칙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립서비스였을 뿐 크레인과 굴삭기가 동원되고, 나무는 채 마르지도 않은 목재가 주를 이루었다. 게다가 문화재청 일선 부처의 예산 집행은 일반 공사를 근거로 한 기준으로 현장을 관리하고 상부 지시에 따른 공기 맞추기에만 급급했다. 게다가 시공사와 도급사간에는 여러 차례 도급이 이뤄지면서 회사간 정산은 물론 임금마저 착취를 당해 한 달 넘게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가림막 속의 숭례문은 전통복원과는 거리가 먼 일반 도급 공사판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던 것.

가짜 아교 사용했다면 심각한 상황 초래

# 그 결과 복원된 숭례문은 엉터리 목재에다 기둥과 추녀는 갈라지고 틀어졌다. 금이 간 현판에 망가진 기왓장, 단청이 벗겨진 곳만 81곳에다 벗겨진 단청 사이로 나무 속살까지 비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뿐인가 조사위원들이 우려했던 아교 사용의 문제가 우려를 떠나 실제로 가짜 아교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숭례문 복원 공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숭례문 총체적 부실 진원지는 청와대

# 왜 말도 안 되는 이런 부실이 발생했을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지키는 국보 1호 숭례문,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역사와 민족 감정이 함께 투영돼 있는 숭례문. 그래서 누구도 숭례문 복원 과정을 가지고 부실을 상상한다는 건 감히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숭례문의 부실 복원은 실제 상황이 돼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자존심 1호 숭례문 부실 복원의 원인 진원지가 바로 청와대이고 총체적인 부실 시스템의 첫 단추가 바로 당시 대통령에게 있다면 너무 지나친 추측일까.

5년 임기 대통령, 600년 임기처럼 정책 결정은 잘못

# 숭례문의 전통 방식 복원을 원칙으로 내세웠던 정부가 숭례문 복원 공기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말인 2012년 말에 맞춰 진행했다. 결국 공사 지연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 올해 완공됐지만 공기 계획만 보더라도 애초부터 잘못된 부실 계획임을 부인할 수 없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이 600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재를 자신의 임기 안에 전통 방식으로 복원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 5년 임기 대통령이 600년 임기를 가진 것처럼 결정하고 결과마저 보려고 한다면 그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후손들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순점을 알면서도 문화재 복원의 원칙이 아닌 대통령 공덕비 세우듯 서두른 공사 스케줄이 결국 지금의 결과를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그에 따른 결과로 부실이 초래됐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게다가 누구의 책임인지도 가리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무지와 무책임 아닌 원칙있는 참된 역사관 기대

# 이 상황에서 책임질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책임지고 이 상황을 정상화 시킬 사람은 누구인가? 숭례문 방화 이후 정치권에서는 석고대죄를 논하며 숭례문 앞에서 읍소하기도 하고 ‘대한민국 정치 석고대죄’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누구의 잘못인지도 모르는 이런 총체적 부실 시스템은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 우리가 뼈저리게 바꿔야 할 행정 원칙은 전시 행정, 쇼 행정, 대통령의 치적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한 책임있는 행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숭례문 복구 기념식에서 “새로 탄생한 숭례문은 국민 모두의 작품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 모두를 부실한 숭례문을 만든 후손으로 만들지 않도록 복구 시스템을 다시 만들기를 바란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 내가 아니라 다음 그 다음 대통령 임기에 완성되더라도 무지와 무책임이 아닌 원칙있는 참 된 역사관을 보여주길 바란다. 숭례문, 4대강처럼 대통령의 치적용으로 인해 역사와 자연이 파괴되는 상황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도록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국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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