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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서구 모방하다간 호랑이 그리다 개 그리는 격"

시진핑 "서구 모방하다간 호랑이 그리다 개 그리는 격"

  • 기자명 중앙일보
  • 입력 2014.08.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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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차이 나는 차이나]

세상에서 가장 많이 출판된 책은 『성경』이다. 그 다음은?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이다. 독일에서도 웬만한 가정집마다 한 권씩은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책은?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을 간추린 『모주석어록(毛主席語錄)』으로 알려진다. 50억 권 정도가 인쇄됐다. 공산당 일당제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의 말은 절대적 학습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중국의 지도자로 평가된다. 그래서인가. 그의 말을 기록한 책이 벌써 세상에 선을 보였다. 5월 말 중국 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이 펴낸 『시진핑, 전면 개혁심화에 관한 논술 발췌편집 자료(習近平, 關于全面深化改革論述摘編)』다. 우리말로는 지난달 말 성균중국연구소(소장 이희옥)가 『시진핑, 개혁을 심화하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펴냈다.

성장 부작용도 개혁개방으로 풀어야

 시진핑이 당 총서기에 오른 2012년 11월 15일부터 지난 4월 1일까지 밝힌 중국 개혁의 청사진과 관련된 주요 발언을 모았다. 시진핑이 어떤 생각을 갖고 중국의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중국에서 대대적인 학습 열풍이 부는 건 불문가지다. 경제는 물론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우리 또한 이 책에 주목해야 한다. 시진핑의 말에서 중국이 걷고 있고 또 가려 하는 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진핑의 머리를 온통 장악하고 있는 키워드는 ‘개혁개방’이다. 오직 개혁개방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고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그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꿈(中國夢)의 실현이다. 이 중국꿈은 ‘두 개의 100년’이라는 목표 달성과 연관돼 있다. 첫 번째 100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 즈음에 중국을 전면적인 소강사회(小康社會,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으며 약간의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100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 무렵 중국을 부강·민주·문명·조화의 현대화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큰 도전이 그동안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적폐(積弊)다. 부패와 기득권, 특권과 같은 반칙이 난무한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시진핑은 개혁개방에서 나타나는 모순은 오직 개혁개방의 방법으로만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개혁개방은 당대 중국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 한 수라고 그는 말한다.

 적폐를 일소하는 개혁을 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시진핑은 ‘산에 호랑이가 있는 줄 알면서도 기어이 그 산에 오르는(明知山有虎 偏向虎山行)’ 용기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지난 30여 년의 개혁개방을 통해 쉬운 개혁은 이미 완성됐다. 맛있는 고기는 모두 먹어 치워 이젠 힘든 일만 남았다. 따라서 중국의 개혁은 이제 ‘견고한 적을 공격해야 하는 시점’과 ‘깊은 물속’으로 진입했다는 게 시진핑의 판단이다. 중도에 멈추거나 후퇴하면 출구가 없다. ‘물을 거슬러 배를 운행하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뒤로 밀리게 될 뿐(逆水行舟 不進則退)’이라는 것이다.

맛있는 고기 먹어 치워 힘든 일만 남아

 서구의 방법을 도입하는 건 어떨까. 이에 대한 시진핑의 대답은 ‘백리를 가면 바람이 다르고 천리를 가면 풍속이 다르다(百里不同風 千里不同俗)’는 것이다. 한 나라가 어떤 거버넌스 시스템을 선택하느냐는 그 나라의 역사적 전승, 문화적 전통, 경제사회 발전수준에 따르며 그 나라 인민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의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서구의 제도와 양식을 모방하고 옮겨 온다면 호랑이를 그리려다 오히려 개를 그리는 격이 돼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시진핑은 말한다. 서구식 민주나 다당제 도입 등에 대해선 절대 불가의 입장임을 알 수 있다.

 개혁은 어떤 식으로 추진해야 하나. 시진핑은 노자를 인용한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治大國 若烹小鮮)’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바는 신중함이다. 중국은 큰 나라여서 근본적인 문제에서 한 번 잘못을 범하면 돌이키기 어렵고 만회할 방법도 없다. 이 때문에 ‘낫을 가는 일이 땔나무 하는 일을 지체시키는 건 아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개혁 추진에 앞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사전 준비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함께 나아갈 것을 외친다. ‘날마다 새로워지지 않는 자는 날마다 퇴보하게 돼 있다(不日新者必日退)’는 것이다. 몸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사상은 20세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선전과 사상 업무에서도 인터넷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이달 초 한국을 찾았을 때 왜 그렇게 많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총수들을 대동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된다. ‘법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예는 풍속과 함께 변화한다(法與時變 禮與俗化)’. ‘어제 옳은 일이 오늘은 그른 일이 되고, 오늘 그른 일이 훗날 옳은 일이 될 수도 있다(昨日是而今日非矣 今日非矣後日又是矣)’는 게 세상 이치이기 때문이다.

선전·사상 업무에 인터넷 여론 중요

 그러나 모든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천이다. 그는 모든 일은 따지고 보면 ‘1할이 계획이고 9할이 실천(一分部署 九分落實)’이라고 말한다. 문서를 통해 좋은 계획을 세우는 것은 단지 만리장성을 완주하는 데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말은 반드시 신뢰가 있어야 하고 행동하면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할 것(言必信 行必果)’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 개혁의 성공에 대한 믿음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모으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人心齊 泰山移)’고 보기 때문이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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