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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각과 언어(言語)

닉네임
은유시인
등록일
2007-05-18 20:58:44
조회수
2061
※ 이 글은 누구에게 이 글의 내용이 무조건 맞다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이 촌로(50대지만 본인 스스로 촌로로 생각되어)의 생각이 그렇다는 게지요.

***


사람이 말을 잘 할 수 있다거나 글을 잘 쓸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은 하나의 타고난 재능임엔 분명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는 그 사람의 생각의 틀을 제한하고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되 그렇다고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례로 우리 주위에 유독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가 많이 배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학자들 간에는 특별히 배우지도 않고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일컬어 '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또한 글을 잘 쓰기도 한다. 이 말이라 하는 것이 곧 생각을 일관되게 정리하여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있듯, 말을 잘 한다하여 모두가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말을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가능성과 글을 잘 쓸 경우엔 말을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다 많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확실히 말을 잘 한다거나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을 설득함에 있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설득력이 보다 강하다. 그러기에 리더십이나 개인적 능력을 우선시 하는 작금에 와서는 '침묵이 금이다'란 옛 속담이 무색하게 말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지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교회, 집회 등 공공의 장소에서는 화자(話者)가 달변이어야 교육적 효과가 따르는 것이지 화자가 어눌하면 그 효과가 완전히 반감될 것이다. 대부분 학교 수업에서도 강의하는 선생이나 교수의 언변에 따라 학습효과에 많은 차이가 난다고 한다. 단조롭고 어눌한 언변의 수업은 학생들로 하여금 권태감을 불러일으켜 결국 집중력과 이해력을 떨어뜨려 학습효과가 크게 저하된다. 반면 언변이 탁월한 경우, 학생들의 집중력과 이해력을 도와 수업진도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과거 학교에 다녔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어눌한 선생한테서는 별로 배울게 없었으나 언변 좋은 선생한테 배운 학과는 별도의 과외수업 없이도 그 과목의 성적이 좋았음을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만 나온 언변 좋은 선생이 박사학위를 가진 어눌한 선생보다 학생들에겐 훨씬 좋은 선생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詩]

깊은 밤


뿌옇게 발광하는 컴퓨터 모니터는
시야를 흐트러뜨리고
대낮같이 밝힌 형광등 불빛은
주위를 온통 낯설게 한다

어디를 둘러봐도
이미 각인되었을 사물들이
저만치 비웃듯이 비껴 서 있다

인접한 도로를 질주하는
야행성 차량들의 금속성 마찰음과
컴퓨터 본체에서 나는 미미한 후앙소리가
고즈넉한 한밤의 정적을 더한다

깊은 밤의 시간은
느린 황소걸음처럼 더디다

간헐적인 담배연기 사그라지듯
사고의 뇌세포들이 점멸한다

타다 남은 담배꽁초가 재떨이에 수북하고
먹다 반 남긴 커피도 쓴 탕약같이 보인다

무심코 만진 턱의 수염이
유난히 까칠하다

이 긴 밤이 쉬 끝날 것 같지 않은
그래서 날이 시린 두려움이 한껏 몰려온다


/은/유/시/인/작/

****************

사람들은 깨어있는 동안 늘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다. 길을 걷든 밥을 먹든 누구와 상담을 하던 간에 생각에 의해 모든 행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잠 잘 때에도 의식이 돌아오면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이 꿈이란 것일 게다. 이 생각이란 것은 계산하고 추리하고 회고하고 상상하는 것 외에도 오감을 통해 전달되어 오는 모든 정보들을 분석하고 정리하며, 판단하거나 대처하는 것도 해당된다. 따라서 이 생각의 크기나 깊이, 넓이를 가늠케 하는 영역이야말로 사람마다 똑같다 볼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 생김새나 성격이 각양각색이듯 사람마다 생각의 영역은 제 각기 다를 수밖엔 없는 것이다.

한 예를 들면, 생전 엘리베이터를 안 타본 세 촌로가 서울 나들이를 왔다가 어느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치자. 그중 한 촌로는 티브이를 통해 간접경험을 해 본 터라 "아~ 이게 그 엘리베이터란 것이지?"하는 생각을 갖고 타지만, 또 한 촌로는 엘리베이터란 말이 떠오르지 않아 "아따~ 이놈의 승강기 디게 겁나구먼?"이란 생각을 하며 탈 수도 있다. 나머지 촌로는 그나마 배운 게 없어 "와따메~ 방이 막 움직거린다냐, 거 신통하네?"라며 탈 것이다. 이렇듯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되뇌는 것이 바로 생각이란 것이다. 그리고 이 생각이란 것도 많은 경험과 교육, 개인적 능력에 따라 그 영역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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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生)과 사(死)의 비밀(秘密)

※ 본 내용은 사전적 정의나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져 학술화된 내용과는 견해를 같이하지 않음을 밝혀 드립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그 차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운명직전의 사람 곁에서 그의 운명을 목도했을 경우, 살아 있을 때와 죽었을 때의 차이란 두 가지 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하나는 신체적 변화이다.

흔히 죽었다는 것은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박동을 멈췄을 때' 우리는 그가 죽었다고 판단한다. 이 경우, 뇌파는 당분간 활동을 지속할 수도 있지만 심장 박동이 멎게 되면 당장 혈액순환부터 장애가 온다. 따라서 산소의 공급이 중단되고 노폐물이 쌓이게 되어 신체의 각 장기들과 이를 이루고 있는 단위세포들에 치명적 손상을 주게 된다. 그래서 뇌를 포함한 각 세포들의 신진대사가 멎게되고 썩어가면서 결국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심장은 계속 활발하게 뛰고 있고, 온몸의 장기들이 정상으로 작동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뇌의 활동이 멎었을 경우, 죽었다고 표현하는데 이를 의학계에서는 '뇌사(腦死)상태'라고 하며 그러한 사람을 '식물인간'이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은 뇌파의 활동이 중단된 상태로 인체의 각 세포나 뇌조직은 살아 있으되 인지나 사고의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살아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료계에서는 이런 뇌사상태의 사람을 죽은 것으로 할 것인가 그렇지 않고 살아있는 개체로 인정할 것인가를 놓고 현재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식물인간 상태로 수년씩 살아오다 회생한 사람에 관한 얘기도 심심찮게 들어 왔을 것이다. 또 심장도 멎고 죽은 사람으로 판단하여 장례를 치루는 과정에서 시체의 일부가 썩기 시작하였음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 얘기도 들어봤을 것이다.

뇌세포를 포함하여 신체가 살아있고 심장이 뛰고 있어도 죽은 것이고, 심장이 멎고 세포들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살아난 사람들이 있다고 치면 그야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단순히 신체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과의 차이란 신체구조상 전혀 그 차이점은 명확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매스컴을 통해 전해 듣기를 어느 과학자는 '인간이 죽는 순간 영혼이 빠져 나가는 유체이탈을 함으로써 몸무게가 2그램 정도 줄어들었기에 영혼의 무게도 2그램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고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아마 그 과학자는 매스컴을 이용해 이름 좀 날려 볼까 하여 쇼를 부려 본 것일 게다.

신체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수분이 증발하여 몸무게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을뿐더러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각이나 사랑, 공포, 기쁨 등의 감정과 같이 추상적인 형상으로, 즉 무게나 부피가 있기 보다는 없을 수 있는 무형의 에너지에 속할 테니까.

그럼 또 하나는 신체에 영혼이 머물거나 아니면 빠져 나감으로써 삶과 죽음을 경계 짓는다는 가정이다. 죽었다가 소생했다는 사람들은 흔히들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침대위에 누워있는 나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긴 터널을 빠져나가 환한 세상을 보았다."

과연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들의 영혼들이 인체처럼 눈이 달려있어 사물을 볼 수 있고 또 두뇌도 있어 생각할 수도 있단 말인가?

그들은 영혼을 통해서 자신들을 내려다 본 것도 아니요,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긴 터널 여행을 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들 신체에 내장되어 있는 두뇌로 꿈을 꾸었을 뿐이다. 실제 영혼은 감각을 갖고 있다거나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예로, 인간은 배운 것만큼의 틀 안에서 밖엔 생각의 영역이 제한된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배운 사람의 영혼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적게 배운 사람의 영혼은 적게 생각한다면 영혼에도 '유식한 영혼'과 '무식한 영혼'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말밖엔 더 되겠는가? 그것만큼 웃기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여러해 전 미국 미네소타주의 어느 한 마을에서 일어났던 실화였다. 그 마을엔 언제부터인가 밤만 되면 짐승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어느 집 지하실을 뒤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지하실에서는 스무 살이 갓 넘은 한 여자가 십여 년간 부모에 의해 갇혀 있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차치하고 그 소녀의 어렸을 적 모습을 기억하던 마을 사람들은 그 소녀 역시, 갇히기 전인 여덟 살 때까지는 여느 애들처럼 극히 정상이라 말도 할 줄 알았고 여타 행동도 뒤질 것 없었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구출된 직후의 그녀는 말을 한마디도 할 줄을 몰랐으며 지능도 개나 돼지수준을 넘지 못하였다고 한다.

물론 말주변이 없어서 또는 벙어리라서 등등 예외는 있겠지만 말을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은 생각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이 우리가 뱉는 언어와 같기 때문이다.

한국어밖엔 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한국어로 생각하지 결코 영어나 스페인어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생각의 틀 역시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엘리베이터'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승강기는 왜 이리 늦지?"라고 생각하지 “이 엘리베이터는 왜 이리 늦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그 여자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컴컴한 지하실에서 10여 년간 던져주는 음식으로 연명하고 대소변도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생활이 계속되자 언어 자체도 그리고 생각하는 능력까지도 상실해 버린 것이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설마 기억까지도 잃어버릴까?"

어둠은 상상의 폭을 제한시키고 기억은 반복에 의해 재생되고 굳어진다. 이 말은 인간의 두뇌란 마치 기계와 같아서 자주 쓰면 원활히 돌아가지만 쓰지를 않으면 녹슬어 뻑뻑해 진다는 것이다.

그럼 '삶과 죽음'을 구분 짓는 영혼이란 무엇인가?

영혼이란 우주에 존재하는 혼(魂), 즉, 생각하는 물질도 아니고, 감각이나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 '생명을 주관하는 에너지', 오직 '존재(存在)'일 뿐인 '우주의 영(靈)'에서 떨어져 나온 하나의 작은 파편일 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은/유/시/인/작/

은유시인의 장편 미래공상과학소설 '모하메르의 비밀'중
제 1 장 '전설의 세르데카성' - '마의 늪지'의 괴인 '키타시라카와'에서 따옴.

***

내 개인적 소견은 말을 잘 하기 위해서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생각의 영역을 부단히 확장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얼핏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는 듯 보이는 사람 가운데 실상 그 말이나 그 글에 있어 생각의 영역이 편협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언어능력'이 남과 비교해 뛰어나다 뿐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작업에는 소홀한 사람일 것이다.

생각의 영역은 많은 지식의 축적과 이를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관리능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지식의 축적이 산술식, 객관식이라면 관리능력은 논술식, 주관식이라 할 것이다. 지식의 축적은 남들이 일궈놓은 결과물을 답습하고 반추하여 얻은 성과라면 관리능력은 본래의 재능을 바탕으로 하여 부단한 훈련에 의해 얻어 질 수 있는 노력의 대가라 볼 수 있겠다. 그러니 언어에 도가 트려면 남의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지름길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 사진도 올릴 수 있고, 글자 속성도 임의로 바꿀 수 있다면 좋을낀데...
작성일:2007-05-18 20:58:44 221.161.14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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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ly 2012-01-08 07:13:30
Suprelby illuminating data here,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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